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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작 일상

캐릭터 플레이 성공작, 인생 미드 NCIS ② 스토리 구성

 

> 빅 픽쳐는 이렇게 그려야 된다 이 말이야   

 

 

"우리 드라마 나오는 애들은 이런 애들이야아아악! 예쁘게 봐주세요오오옥!!!!!!" 하는 제작진의 피, 땀, 눈물을 몇 화만 겪어도 알 수 있는 드라마, 바로 NCIS다. 캐릭터에 대한 떡밥이 드라마 스토리 구성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한 번 파헤쳐 봅시다. 

 

 

캐릭터 플레이가 만들어낸 시트콤식 구성  

캐릭터성이 특화된 장르를 꼽자면 바로, 시트콤이다. 시트콤은 잘 뜯어보면 구성이 크게 2-3개 파트로 나뉜다. 또한 각각의 파트는 각기 다른 캐릭터가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 미드 <프렌즈>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시즌3의 에피소드3 "The One With The Jam(모니카의 계획)"을 보면, 중심이 되는 스토리 하나와 사이드 스토리 2개로 이루어져 있다. 

 

 

중심 스토리 : 모니카의 실연 극복기 (잼 백천만통 만드는 강박증 + 열정의 Cook)
사이드 스토리 1 : 피비가 사랑한 스토커 (스토커도 사랑할만큼 편견 없..음) / 사이드 스토리 2 : 로스가 연인과 싸우지 않는 방법 (사랑의 호구)

 

중심 스토리는 모니카가 실연에 대처하는 자세다. 모니카는 모든 게 본인의 통제 아래 흘러가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증이 그녀의 강려크한 캐릭터성이다. 그런 모니카가 너무나 사랑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도매(!)로 과일을 떼어다 수십 통의 잼을 만들고, 정자은행 데이터를 검토해서 '철저한 임신 계획'을 세우는 모니카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유머 코드가 된다. 사이드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종잡을 수 없는 4차원 피비가 언니의 스토커(...)와 썸을 타거나, 레이첼에게 일방적으로 져주는 호구 같은 로스의 연애도 순정파 캐릭터가 계속해서 쌓여왔기 때문에 납득되는 것. 20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복잡한 구성이 가능한 이유다. 

 


 

다시 NCIS로 돌아오자.  NCIS는 수사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건'이 중심 스토리가 된다. 사건 발생, 사건 수사 과정, 사건의 비하인드까지가 큰 줄기를 이룬다. 거기에 제작진은 시트콤처럼 중심 스토리와 사이드 스토리 1-2개로 구성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사이드 스토리는 '또 다른 사건'일 수도 있고, 캐릭터성에 기반한 '캐릭터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 차곡차곡 쌓아온 캐릭터 플레이가 어떤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봅시다. 시즌1 에피소드16 "Bête noire(악몽)"이다. 

 

 

중심 스토리 : 테러리스트 아리 하스와리의 NCIS 침입
사이드 스토리 1 : 부검실이 두려운 애비 / 사이드 스토리 2 : 범인을 결정적으로 놓쳐버린 케이트

 

중심 스토리

[ 우리의 Bête noire는 무엇인가 ]

엄밀히 따지면 bête noire는 '악몽'보단 '공포의 대상'에 더 가깝다. 다만 이 에피소드에서는 그런 의미로 쓰였다. 오프닝에서 토니가 무서워했다는 '흡혈귀'같은, 깁스가 극혐하는 '커피 없는 열일'같은. 악몽과도 같았던 사건은 테러리스트 아리 하스와리가 NCIS에 침입한 것에서 시작된다. 아리는 NCIS 역대 최고 빌런으로 통하는 인물. NCIS가 사살한 동료의 화학 무기를 찾고자 시체로 위장해서 부검실로 들어온다. 그런데 정작 어디에 화학 무기를 숨겼는지 몰랐던 아리. 에라 모르겠다 동료의 시체부터 소지품까지 전부 갖고 튀기로 결정하고, 더키와 그의 어시스턴트를 인질 삼아 인질극을 벌인다.  

 

사이드 스토리

① 부검실에 있던 동료의 시체는 확보했으나, 소지품은 애비가 법의학의 마술로 수사하고 있던 상황. 더키는 애비에게 갖고 와달라고 부탁하지만 애비는 거절한다. 평소 과학자이면서도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미스터리를 믿는 고스족 애비(캐릭터)는 부검실에서 해부당하는 꿈(bête noire)을 꾸고 본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봐(?) 엘리베이터 근처도 안 간다. 애비가 너어어어무 무서워하자 소지품 전달은 케이트가 대신해주기로 한다. 

 

② 가자마자 더키, 제럴드와 함께 인질이 된 케이트. 딱 한 번! 아리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이 왔다. 그러나 그 기회를 날린다. 케이트는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에 강하게 감정 이입하는 타입이다. 또한, 용의자가 범인이 되기 전까진 용의자를 믿고 보는 '성선설' 지지자.(캐릭터) "왜 찌르지 못했냐"는 깁스의 물음에 "그의 눈이 선해 보였어요"라고. 아리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뭔가 감정이 동화된 듯했던 케이트. 훗날 이 치명적인 실수는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최악의 bête noire가 된다. 

 

 

 

 

물론 시즌이 거듭되며 추가된 설정도 존재한다. 하지만 최대한 세밀하게 캐릭터를 잡아두고 + 대사 한 줄이라도 넣어서 캐릭터를 부각하고 + 스토리와의 합의점을 찾으며 전체 드라마를 발전시켜가는 과정은 '완벽 그 자체'였다. 나는 NCIS를 통해 미드에 입문했고, 그렇게 방송 작가로 진로를 잡아 일하다가, 현재는 드라마 준비 중에 있다.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NCIS 분석을 마치며. 사.랑.해.요. NC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