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달작 일상

우리는 왜 이 게임에 빠져드는 걸까 : 모여봐요 동물의 숲 ②

 

> 전혀 특별하지 않으면서 또 너무 특별한

 

 

진지한 얘기 하기 전에, 조금 더 적응한 무인도 라이프를 공유합니다. 

 

나는 내가 게임에 정신 팔려서 이틀(밤샘+1)만에 무인도 패키지 빚도 갚고 내 집 마련 빚도 갚은 줄 알았더니, 많은 한국사람 플레이가 그렇다고 한다. 뭔가 다행이야... 아무튼 빚 다 갚았더니 대장 너구리가 이번엔 박물관 오픈을 위한 조공을 요구했다. 잡은 물고기, 채집한 곤충을 많이 갖다 바쳤더니 드.디.어 박물관을 오픈했습니다-! 외쳐 대장 너구리! 

 

 

마을 주민들 모두 모여 박물관 완공 기념식을 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부엉이 관장이 운영하는데, 야행성인 탓에 아침에 가면 졸고 있다. 하지만 박물관 구경은 언제나 가능. 마을 주민들의 기증에 의해 운영된다. 그것은 only 나... 기본 충족 요건만 맞추고 개관했기 때문에 더 많이 기증해서 그럴듯하게 만들어야 한다. 신난 내 새끼를 데리고 박물관 구경을 갔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화석 전시실도 있다.

 

이 섬에만 있으면 심심할까 봐 다른 섬에 갈 수 있는 비행장이 세팅돼 있다. 게임 내 또 다른 무인도에 가거나, 친구 추가해서 친구의 섬에 놀러 갈 수 있는데 나는 아직 친구가 없으므로...(주륵) 항공사에서 찾아준 섬으로 갑니다. Adios.

 

 

Dodo  Airlines의 친절한 직원 모리. 날개로 키보드 타닥타닥 치는 게 귀여워서 상품 다 팔아주고 싶다.

 

여행이라고 별다를 건 없지만(또옥같은 자연인 생활) 한 가지 특이한 건 주민을 영입할 수 있다는 것. 

 


 

그럼 이제, 우리는 왜 이 게임에 이토록 빠져드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 "방치는 내가 할게. 힐링은 누가 할래?"

 

성취에 대한 압박감이 없기 때문에?

게임은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최종 보스를 처단하거나, 최고 레벨을 찍는다든지, 상대와 겨뤄 승리하는 등의 Final Goal. 그런데 동물의 숲은 딱히 그런 게 없다. 누군가는 대출 갚는 재미로 플레이한다지만... 플레이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을 뿐, 딱히 내가 "깨야"되는 건 없다. 다만 뭐랄까, 소소한 미션은 주어지는데 예를 들면,  

 

"아아~ 너가 좀 더 큰 집을 원하는구나? 예쁜 옷을 사고 싶구나? 그래 그럼 나무 좀 해서 올래? 내가 사주지 뭐~"

 

이런 느낌. 열심히 집안일해서 부모님한테 용돈 받는 느낌. 아주 거창하게 포장해서, 성공, 성취, 성과에 대한 압박을 매일 받고 사는 우리들에게 "그런 거 여기선 필요 없어"라고 해주는 게임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 게임에 매료되어 몇 시간이고 플레이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힐링받고 있는 게 아닐까? (일단 저는 그래요...)

 

 

 

  • "라떼는... 라떼는 그런 거 안 해봤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때문에?

90년대생인 내가 어릴 땐, 과학시간에 초파리는 키워봤어도, 산이고 들이고 뛰다니며 자연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그다지 하지 못했다. 울 엄니는 저게 밤나무인지 감나무인지 뭐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잘만 구분해내신다. 그리고 항상 "니 이런 거 모리나? 어릴 때 생물도감 사줬잖아" 하신다. 그러는 엄니는 생물도감 공부해서 아는 거 아니고 어릴 때 맨날 봐서 아는 거면서. 흥. 

 

게임은 몰입을 극대화하는 콘텐츠다. RPG든, FPS든, 전략 시뮬레이션이든, 순식간에 세계관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동물의 숲이 선사하는 것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혹은 그리워하는 'childhood'가 아닐지. 잠자리채 들고 다니며 배추흰나비 잡아보고, 입질에 맛 들여서 낚시 500번 하고, 이 섬 저 섬 다니며 오늘은 체리, 내일은 배 따러 다니는 그런 평화롭고도 별 것 아닌 것 같은 경험들. 

 

 

막 채우기 시작한 생물도감. 오징어가 자꾸 잡혀서 뭔가 찔리고 기분 나쁘고 그래...

 

동숲을 하면서 누군가는 횟집을 열었...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군부대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정말이지 상상력이 다들 대단해...! 어떤 플레이 형태건 즐기는 게 중요하니까. 나 역시 당분간은 동숲에 푸욱- 빠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