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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작 일상

캐릭터 플레이 성공작, 인생 미드 NCIS ① 캐릭터 설정

 

> 캐릭터, 유머 코드, 스토리까지 Well-Balanced 드라마

 

 

NCIS를 처음 접했던 건 아마도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엄니 몰래 TV를 켰더니 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OCN이나 FOX 등의 영화 채널은 부모님이 못 보게 하는 금단의 영역 같은 것이었어서 홀린 듯이 NCIS를 보게 됐다. 보다가 들킬까 봐 리모컨 '이전 채널'에 EBS 맞춰두고 FOX와 오가며 봤다. 나름 머리 쓴 듯. 그 후로 지금까지 미드 길을 걷게 된 것. 

 

NCIS를 최애로 꼽는 데는 물론 인생 첫 미드이기 때문도 있지만, 그 외 많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시즌이 17년이란 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미국 본토에서는 '으르신들이나 보는 드라마'라는 오명도 쓰고, 떠날 시기를 놓쳐 버린 아픈 손가락 같은 미드지만 내게는 언제나 최고의 미드다. 

 


양말을 욱여 만든 공처럼 땐땐한 캐릭터성

NCIS가 롱런한 이유는, 처음부터 등장인물을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시즌1에서부터 TMI 파티 마냥 많은 정보를 전달했는데 부담스럽지 않게 설정들을 잘 살려나갔다. 수사물은 옴니버스식인 데다 RT 40~50min에 시즌 당 에피소드가 20개가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풀어가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훌-륭하거나 캐릭터 플레이가 잘 되어야 한다. 보통 '톡톡 튀는' 캐릭터 1-2명이 전체 드라마의 중심이 되기 마련인데 (Ex. CSI의 호레이쇼 반장, 멘탈리스트의 패드릭 제인 등) NCIS는 팀의 모든 캐릭터가 거의 동등한 비중을 가진다. 

 

 

넷플릭스 <루시퍼>의 경우, 캐릭터성을 부각시키다 못해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NCIS 한 시즌, 한 시즌 모두가 소중하지만 캐릭터가 처음 소개되는 시즌1로 정리해보겠다. 먼저 NCIS는 Naval Criminal Investigative Service의 약자로, 미국 해군 범죄수사국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중범죄 사건을 전담하는 팀이 그 주인공. 

 

 

팀 리더 제스로 깁스 / 팀 안방 마님 토니 디노조. 이때만 해도 풋풋하다.
깁스 영입 인재 1호 케이트 토드 / 깁스 영입 인재 2호 티모시 맥기.

 

굳이 주연을 뽑으라면 깁스&토니?패시브 느낌. 첫 시즌 첫 에피소드에서 이 둘이 먼저 현장 수사를 진행했고, 이후 깁스가 팀원들을 스카우트해오는 형식이다. 케이트는 대통령 비밀 경호국에서 합류, 맥기는 NCIS 노포크에서 NCIS 워싱턴의 깁스 팀으로 합류했다. '개그 수사대 '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NCIS는 만담이 많은 편이라, 스토리, 비주얼에서 뿐만 아니라 만담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VER.1

 

K, "RIO?" 
K, "RIO가 뭔데?"
T, "Radar Intercept Officer. Also called a GIBs, one B, short for Guy In Back." 
T, "레이더 요격 장교. GIBs라고도 하는데, B는 하나만 쓰고. '뒷자리에 있는 사람'의 약자야."
K, "Why do you need two Bs?" 
K, "보스는 왜 B가 두 개(Gibbs)가 필요한데요?"
G, "Second one's for bastard."
G, "두 번째 B는 개XX(bastard)의 B거든."


VER.2

 

G, "Tony was a Baltimore cop before coming to us." 

G, "토니는 여기 오기 전에 볼티모어 경찰이었지."

T, "Almost two years. (And before that) Philly P.D."

T, "한 2년 정도. (그전엔) 필라델피아 경찰청에 있었고."
K, "18 months, right? 

K, "18개월 있었지, 맞지?"

T, "There were extenuating circumstances."

T,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K, "And what was before Philly, I forgot. Pittsburgh?" 

K, "필라델피아 전에는 어디에 있었지? 까먹었다. 피츠버그?"
T, "Peoria. And it doesn’t matter how long. All that matters now is that I’m here at NCIS." 

T, "피오리아. 얼마나 있었는지는 안 중요해. 지금은 NCIS에 있다는 게 중.요.하.지."
K, "Oh, and you’ve been here for um... refresh my memory."  

K, "오~ 근데 여기선 얼마나 있었더라... 알려줘 봐봐."
T, "Two years..."

T, "2년..."


(※ 스크립트는 조금 변형했습니다. G, 깁스 / T, 토니 / K, 케이트)

 

 

VER.1은 리얼 만담이고, VER.2는 늘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직장을 갈아치웠던 토니에게 "2년 채웠으니 NCIS도 때려치울 거냐?"는 만담. 다행히 토니는 시즌13까지 안방마님으로 대활약하니 섭섭해하지 않아도 된다. 정보를 주는 방식이 라이트하고 유머가 섞여 있어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 일방적인 내레이션으로 듣지 않아도 된단 얘기. 아, 참고로 토니가 볼티모어 경찰이었을 당시 깁스와의 첫 만남은 시즌8 에피소드 22에서 볼 수 있다. 

 

 

영국 신사 검의관 더키 맬러드 / 그의 모든 걸 닮고 싶은 검의관 지미 팔머. 
법의학자 애비 슈토. 저 넓은 공간을 혼자 쓰는데 그녀는 그럴 능력과 자격이 된다.

 


 

 

 

하단에 only 시즌1에서만 나온 등장인물 설정을 줄글로도 정리해뒀다. TMI이므로 패스해도 옥케이! 중요해 보이는 걸로 선별한 것이 저 정도. 제작진은 1회성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Ex. 대사 한 줄만 썼다거나) 시즌이 진행되는 내내 시청자에게 캐릭터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이를테면, 애비가 고스족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① 블랙 의상에 블랙 메이크업 ② 사무실에 울려 퍼지는 하드코어 음악 ③ 관짝에서 취침 + 썸 탔던 맥기도 관짝 체험했음을 암시하는 여러 대화(Dialog) ④ 해골 문양이나 기괴한 인형에 애착을 보이는 씬 등을 켜켜이 쌓는 것이다. 

 

탄탄한 캐릭터 플레이는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시청자로 하여금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만든다. 콘텐츠적 측면에서 NCIS는 즐길 만한(=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시청률 순위에서 시즌 대부분 10위권 내를 기록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어지는 포스팅에서 NCIS의 캐릭터 플레이가 어떻게 스토리에 반영되는지 분석(?)해보겠다. 사실 최애라 한 번 더 다루는 거지만...

 

 

 

NCIS 시즌1 캐릭터 TMI (※스포 주의)

 

- 깁스는 해군 출신이다.

- 깁스는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조금도 쉬지 않는다. 그 덕에 팀원들도 집에 갈 수 없다.   
- 깁스는 본인만의 룰이 있다. Rule #1, Never let suspects stay together. 용의자는 한 곳에 두지 않는다. 

   (99번까지 공개된 깁스의 룰이 궁금하다면 ☞ NCIS FAN SITE : GIBBS' RULES)

- 깁스는 대문을 잠그지 않는다. 아무나 아무때나 들락거린다. 

- 깁스는 기계치다. 짜증나면 폰도 뜨거운 물맛을 보게 되지.

- 깁스는 4번 결혼했으며, 3이혼 1사별 했다.  

 

- 토니는 깁스에게 인정 받고 싶고 애정 받고 싶은 관종이다.  

- 토니는 여자가 좋아도 너무 좋다. 정신을 차릴 수 없다.

- 토니는 사건이나 어떠한 현상을 영화에 비유해서 표현하길 좋아한다. 

- 토니는 오하이오 주립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했다.  
- 토니는 로코코 양식에 빠졌던 어머니 때문에 공주 침대를 써본 적 있다. 

- 토니는 맥기를 골려먹는 데 빅 재미를 느낀다. 근데 또 수준급이라 보는 사람도 재밌다. 

 

- 애비는 고스족이며 관짝에서 잠을 잔다. 남자친구도 예외 X. 

- 애비는 어릴 때 폐차장 주변에 살며 밤마다 '사물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리곤 법의학을 전공했다.

- 애비의 부모님은 농아로, 가끔 깁스와 수화로 대화한다. 

- 애비는 열일하기 위해, 커피 대신 카프파우(Caf-Pow)를 드링킹한다. 
- 애비는 '애비게일'이란 풀네임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 애비는 엉덩이에 타투가 있다. 

- 케이트는 프로파일링 전문가다. 
- 케이트는 '피해자'나 '선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는 용의자'에게 유대감 혹은 강한 동정심을 느낀다.

- 케이트는 법대에 진학했다가 1년만에 때려쳤다. 총을 차고 싶어 특수요원의 길을 택했다. 

- 더키는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만큼 말이 많다. 말이 느릴 뿐 박찬호급.

- 더키는 영국 에든버러 의대 출신이다. 

- 더키는 공항 검색대 프리패스 '총기 허가증'에 '가방 허가증'까지 있다. 

- 맥기는 NCIS에 갓 들어온 신입이다. 
- 맥기는 MIT 컴퓨터과학수사 석사 학위, 존스 홉킨스 생물의학공학 학사 학위가 있다. 

- 맥기는 애비와 썸을 탔다. 커플 엉덩이 문신도 불사했다.